몇 년 전 브랜드 마케터로서, 필자가 한국마켓에 처음 명품 브랜드의 빈티지 주얼리를 소개했을 때 한국고객들의 반응은 왜 굳이? 였습니다. 왜 굳이 다른 사람이 소유했던 이전 시대의 제품을 사야하는가? 단지 가격이 새제품 보다 더 싸기 때문에? 등의 질문들은 하이주얼리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해외명품 브랜드에서도 헤리티지 제품이 그 가격과 인기가 더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빈티지 주얼리(vintage signed jewelry)는 왜 그 가치가 높아지는 걸까요?

지금의 컨템포러리 제품과 달리 앤티크, 빈티지 시대에는 캐스팅 및 모형틀 제작 등 모든 과정이 핸드메이드인 경우가 많아 제한된 수량만 가능했으므로 같은 제품이 많지 않습니다. 이는 똑같은 제품이 대량생산으로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제품보다 희귀하고 사고 싶다고 항상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적 가치가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도 사회는 귀족문화가 지배적이며 계층간 불평등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세계대전 이후부터 여성의 인권이 대두되고 영국에서 이주해온 미국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왕실과 귀족의 주얼러였던 공방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가 되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룹니다. 오늘날의 까르띠에, 불가리, 반클리프아펠, 부쉐론, 부첼라티 등을 명품 브랜드로 만든 수석 디자이너의 시그니처 제품들이 모두 이시대에 탄생하였습니다. 티파니의 쟝 슐럼버제, 파로마 피카소, 까르띠에 쟌느 투샹, 반클리프 앤아펠의 르네 퓌샹, 스티븐 웹스터 디자이너의 제품은 콜렉터들이 매우 선호하여 옥션 마켓에서도 가치가 높습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다이아몬드 및 플래티늄이 전쟁에 사용되자 다이아몬드를 대체하는 유색 보석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기술의 발전으로 보석의 명확한 화학적 구성을 알게되며 버마, 스리랑카 등의 유명한 광산에서 채굴된 최고 퀄리티의 스톤들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은 환경규약 및 자원의 고갈로 희귀해진 코럴, 버마산 루비 등의 보석도 빈티지 콜렉션에서는 종종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명품 브랜드들을 만든 시대인만큼, 브랜드에서 중요한 시기가 많았던 시대가 1900년대입니다. 빈티지 주얼리를 살펴보다가 까르띠에 팬더의 시작이었던 쟌트 투상(Jeanne Toussaint)의 팬더 콜렉션을 찾거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가장 사랑했던 5-60년대의 불가리 빈티지 제품을 찾는다면 그 가치는 기존의 제품의 것을 훨씬 초월할 것입니다. 유명인들이 착용했었던 제품들이나 특정 시기나 이벤트를 상징하는 제품들은 크리스티, 소더비와 같은 옥션하우스에서 2-3배에서 많게는 몇 십 배의 낙찰가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팬데믹 이후에 환경, 기후 및 인권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앞으로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소비이므로 보석에서도 빈티지, 앤티크 주얼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사건으로 유명해진 윤리적 채굴 (mining morality)에 대한 환기로 무분별한 다이아몬드 유색 보석의 채굴로 새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상생하는 소비가 아니기 때문에 빈티지 주얼리의 선호도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